2006. 7. 24. 18:13

Life is Beautiful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그 역설의 아름다움

리뷰 by 하린

<영화소개>

 1997년 작품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미디 배우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주연뿐 아니라 감독과 각본까지 담당한 영화이다. 베니니는 러시아의 혁명가인 트로츠키가 암살되기 직전 남긴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베니니는 이 영화로 71회 아카데미상에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후 남우주연상과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영화 음악상을 수상했고, 51회 칸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 대상인 그랑프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전세계 수많은 영화제의 주요 부문을 휩쓸기도 했다.

 이미 <쉰들러리스트>를 비롯한 많은 영화들이 다룬 '홀로코스트'를 영화의 중심에 배치하고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지금까지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다. 지난 해 선보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홀로코스트를 다루면서 한 피아니스트의 생존과 예술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을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표현해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생은 아름다워>는 한 발 더 나아가 인류 역사의 지울 수 없는 그 상처 속에서도 가족의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웃음을 통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가 열연한 주인공 귀도는 초등학교 교사인 도라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고, 웃음과 진실함으로 그녀의 사랑을 얻어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이에 조수아라는 아이가 자라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가 했지만, 이내 독일군의 점령으로 유대인 대학살의 전장 속으로 휩싸이게 된다. 귀도는 가정의 행복을 지켜내기 위해 조수아에게 암울한 현실이 일종의 게임이라고 설명하고,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지 않기 위해 벅찬 현실을 힘겹게 견뎌낸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 속에서도 아내와 아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그는 늘 웃고 있지만, 그 위에 숨겨진 현실의 참담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타이틀 구성·디자인>

 <인생은 아름다워>는 한 장의 디스크에 영화와 스페셜 피처를 담고 있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의 상영시간에 비한다면 스페셜 피처의 왜소함이 아쉽다. 메뉴 디자인 또한 별도의 효과 없이 간결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메뉴 화면은 배경음악 없이 영화의 주요 장면 위에 가독율이 높게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 메인 메뉴

♠ 장면 선택

♠ 언어 설정

♠ 자막 설정

<비디오·오디오>

 1.85:1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우선 아나몰픽이 아니라는 것이 눈에 띤다. 최근 타이틀의 추세에 역행하는 이러한 현상은 출시사의 컨셉일 수도 있고, 스페셜 에디션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고, 미국 영화가 아닌 유럽권의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간에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아름다워>는 레터박스 형태로 제작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큰 문제 없는 영상을 보여준다. 영상이 거칠다는 느낌이 들며, 후반부의 어두운 장면들에서는 인물들의 동선이 다소 불분명하게 처리되어 있다.

 돌비 디지털 5.1 채널(영어, 이탈리아어)을 지원하는 오디오는 액션 장면이나 전쟁의 폭격과 같은 장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피커의 화려한 향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음향을 유지하고 있는데, 전반부에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중점을 둔 듯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들이 백그라운드로 들려온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인물들의 대사가 줄어들면서 장면장면 흘러나오는 배경음악들이 전면에 배치되기도 하고, 자동차 소리나 기차 소리들의 이동 효과도 괜찮은 편이다. 초반부의 빗소리도 나름대로 풍부한 음으로 재현되고 있다.

<스페셜 피처>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페셜 피처는 간단히 말해 아주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극장용 예고편]과 ['인생은 아름다워' 제작과정], 그리고 [아카데미 어워드] 이렇게 세 가지가 영화 본 편과 함께 하나의 디스크에 담겨 있다.

♠ 스페셜 피처 메뉴

♠ 타이틀 도입 화면

 그래도 세 개의 서플 중 메인을 뽑으라면 당연히 ['인생은 아름다워' 제작 과정](23:26)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의 예고편으로 시작되는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의 메이킹 필름으로 이십 사분여 동안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다. 먼저 영화의 감독·각본·주연을 맡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터뷰가 중간중간 담겨 있고, 여배우 니콜레타 브라스키를 비롯한 영화 제작과 홍보·배급 등에 관련된 이들의 인터뷰가 짤막하게 이어진다. 마이클 키튼의 인터뷰도 담겨 있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가 전 세계의 각종 영화제를 휩쓸며 각종 주요 부문의 상을 수상하는 자료들과 함께 로베르토 베니니의 배우이자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인터뷰가 이어진다. 특히, 실제로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지니고 있는 이들로부터도 비난이 아닌 칭찬을 받았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또한, 홀로코스트를 코미디로 만드는 것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그것을 훌륭하게 완성해낸 로베르토 베니니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필모그라피에 관한 언급도 있으며, 베니니가 펠리니 감독의 영향과 찰리 채플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도 생생한 증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제작 과정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스페셜 피처라는 말이 무색하게 예고편 한 편과 아카데미 어워드의 TV 홍보 동영상이 담긴 [아카데미 어워드 TV]가 전부이다. 게다가 아카데미 어워드는 십여 편의 짧은 동영상이 이어지는데, 영화 예고편의 일부와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사실과 수상 사실 등의 간단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영화의 수준 높은 완성도와 깊은 감동에 비한다면, 스페셜 피처의 구성은 상당히 아쉽다. 미국 영화가 아닌 타 지역, 특히 유럽권 영화의 스페셜 피처도 영화의 수준만큼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영화 읽기>

'웃음' 뒤에 숨겨진 홀로코스트의 참담한 현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니고 있는 매력 중 가장 돋보이는 점은, 이 영화가 기존의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들처럼 엄숙함이라든가 죄의식, 혹은 복수나 역사적 처벌 등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은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한 감상적 동조를 얻어내려 하지 않고, '웃음'의 미학을 동원하고 있다.

 제작과정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인생은 아름다워>는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와 코미디를 접목시키고 있다. 인류 역사의 지울 수 없는 치욕 중 하나인 유대인 대학살을 어떻게 코미디로 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은 시도 자체부터 커다란 위험, 즉 홀로코스트의 경험을 코미디의 소재 정도로 전락시켜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베르토 베니니는 과감하게 이러한 시도를 감행했으며, 또한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인생은 아름다워>의 전면에 내세워진 '웃음'과 그 이면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홀로코스트의 겸험은 어떻게 상호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특유의 웃음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도라의 사랑을 얻어내고 조수아라는 아들까지 생긴 귀도는 비로소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자신의 꿈이었던 서점까지 운영하게 된 귀도에게 전쟁의 불행이 엄습해 오고, 귀도는 아들 조수아와 함께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귀도는 이러한 미래를 바라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아들 조수아에게만은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자신들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해준다. 그리고 조수아가 현실에 조금씩 눈을 떠감에 따라 귀도는 보다 더 많이 웃으며 조수아의 눈에서 참담한 현실을 빗겨가게 한다.

 '1000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일등을 차지하며, 일등에게는 탱크가 선물로 주어진다'는 게임을 지속하기 위해, 귀도는 수용소 내의 힘겨운 노동을 견뎌내면서 아들 조수아 앞에서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귀도는 상황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자신들을 따라 자진해서 수용소로 온 아내 도라에게 예전에 함께 듣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분명 현실은 참담하다. 이제 곧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들의 학살이 자행될 것이지만, 귀도는 아내 도라와 아들 조수아와의 행복한 가정을, 그 가정에서 조수아가 누려야만 하는 행복을 위해 웃음을 짓는다.

 귀도 뿐만 아니라 그의 아내 도라 역시 웃음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생은 아름다워>의 이야기는 단순히 감정선을 자극하는 감상주의로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귀도가 짓는 웃음과 그의 아내의 웃음, 그리고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아버지의 말만을 믿고 행복하기 만한 조수아의 웃음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단순히 미적인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역사의 처참했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끔 만들어 준다. '웃음'의 아름다움을 통해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밀려올라오는 비극. 이것이 바로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닌 매력이다.

 

[인생은 아름다워]

-감독/배우 : 로베르토 베니니/조르지오 깐따리니, 로베르토 베니니, 니콜레타 브라시
-더 빙 : 영어
-자 막 : 한국어, 영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비율 : Widescreen 1.85:1
-오 디 오 : DD 5.1
-녹화방식 : Dual Layer
-지역코드 : 3지역


본 글에 대한 저작권은 yeinsa.com에 있습니다.